[경청하는 디렉터킴] 9번째 사용자: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의 저녁
“재밌게 놀고 들어왔는데, 왜 나만 혼자 찜찜한 거죠?”
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의 저녁
최○○(27) 씨는 친구가 없는 사람은 아니다.
오히려 약속도 종종 있고, 만나면 분위기도 잘 맞는 편이다.
남들이 보면 활발하고,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.

그런데 이상하게 그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날일수록 더 쉽게 지쳤다.
그날 만남이 재미없어서가 아니었다.
오히려 웃고 떠들고, 사진도 찍고, 헤어질 때까지 별일 없이 지나간 날이 더 많았다.
문제는 집에 돌아온 뒤였다.
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갑자기 아까 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.
내가 너무 오버했나.
괜히 혼자 신나 있었던 건 아니었나.
아까 그 말, 듣는 사람 입장에서 별로였을까.
단톡방에 내가 보낸 메시지엔 왜 유독 반응이 적지.
남들은 금방 지나가는 장면을 최 씨는 오래 붙잡는 편이었다.
“친구들이랑 놀 땐 저도 재밌어요.
근데 들어오고 나면 갑자기 제가 했던 말들이 생각나요.
그때부터 괜히 하나씩 다시 보게 돼요.”
그는 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확신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.
다만 사람들 반응을 너무 빨리, 그리고 너무 많이 읽는 편이라고 했다.
말투, 시선, 답장 속도,
사진 올리고 나서 누가 먼저 반응했는지까지.
겉으로 티를 내진 않지만
속으로는 늘 미세하게 긴장하고 있었다.

최 씨는 특히 친구가 셋 이상 모이는 자리가 조금 어렵다고 했다.
한 명씩 따로 만나면 편한데, 여럿이 같이 있으면 자기 자리와 텐션을 계속 계산하게 된다는 것이다.
내가 지금 너무 조용한가.
아니면 너무 나대는 것처럼 보이나.
지금 이 말 꺼내도 되나.
괜히 분위기 끊는 말 하면 어쩌지.
그는 늘 너무 자연스럽고 싶은데,
그 자연스러움을 신경 쓰느라 오히려 더 피곤해진다고 말했다.
“저는 친구들 만날 때 편해 보이고 싶거든요.
근데 사실 속으로는 엄청 보고 있어요.
지금 다들 재밌는지, 내가 이상한 말 안 했는지.”
모임이 끝난 뒤에도 긴장은 바로 꺼지지 않았다.
누군가 중간에 휴대폰을 오래 보고 있었던 장면,
어떤 친구가 본인 말에만 유독 리액션이 약했던 순간,
헤어지고 난 뒤 단톡방에 흐르던 묘한 텀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.
머리로는 안다.
정말 별 뜻 없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걸.
그런데도 마음은 매번 가장 불편한 쪽으로 먼저 가 있었다.

그는 한 번은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고 돌아온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다.
평소처럼 별일 없는 자리였다.
사진도 찍고, 웃긴 얘기도 하고, 다음에 또 보자는 말도 했다.
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자기가 너무 말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.
한 번 그런 생각이 시작되자 그날 장면들이 줄줄이 따라왔다.
내 얘기만 너무 많이 했나.
A가 중간에 조용했던 건 지루해서였나.
B가 카페에서 웃긴 했는데, 억지로 맞춰준 건 아니었을까.
“남들은 그날 재밌었다 하고 끝날 수도 있잖아요.
근데 저는 혼자 2차 회의를 해요.
집에 와서 다시 복기하는 거죠.”
그는 이걸 누구에게 말하면
“너무 신경 쓰지 마”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.
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, 막상 본인은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.
왜냐하면 단순히 걱정을 좋아해서가 아니라,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괜히 불편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.
사운드필을 듣기 시작한 것도 딱 그런 날들이 반복되던 때였다.
기분이 크게 가라앉은 날이 아니어도,
사람을 만나고 온 뒤 묘하게 예민해진 저녁이면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.
“저는 누가 위로해주는 말보다 그냥 혼자 조용해질 시간이 더 필요한 편이에요.
사람들 만나고 와서까지 또 누군가랑 대화하고 싶진 않거든요.”
처음에는 대단한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.
그저 하루를 사람들 반응으로 꽉 채운 채 끝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.
그는 사운드필을 켜두는 시간이 억지로 마음을 바꾸려는 시간이라기보다,
사람들한테 맞춰져 있던 감각을 잠깐 자기 쪽으로 돌리는 시간 같다고 말했다.
“계속 바깥에 신경이 가 있잖아요.
누가 뭐라고 했는지, 내가 어떻게 보였는지.
근데 사운드필 들을 때는 불안이 완화되고 마음이 차분해져요.”

Q. 친구들 사이에서 특히 어떤 걸 많이 신경 쓰는 편이셨어요?
반응이요.
제가 한 말에 누가 얼마나 웃었는지,
단톡방에서 제 메시지에 답이 바로 오는지,
사진 올렸을 때 누가 먼저 봤는지.
남들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걸
저는 꼭 체크하게 돼요.
Q. 제일 힘든 순간은 언제였어요?
약속 끝나고 집 와서 씻고 누웠을 때요.
그때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요.
그날 있었던 장면이 순서대로 지나가면서
제가 괜히 실수한 건 없는지 보게 돼요.
재밌게 놀고 왔는데도
혼자만 뒤늦게 찜찜해지는 날이 있었어요.
Q. 사운드필은 어떤 날에 가장 자주 켜게 되셨어요?
사람 많이 만나고 온 날이요.
특히 겉으론 멀쩡했는데
속으로는 좀 예민해진 게 느껴지는 날요.
단체 약속 다녀온 날,
괜히 친구들 반응 하나하나 떠올리는 날에
집에 와서 조용히 틀어두는 편이에요.
Q. 듣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?
제가 갑자기 안 예민한 사람이 된 건 아니에요.
원래 성격이 쉽게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.
근데 예전에는 그런 날 혼자 계속 그 분위기에 묶여 있었거든요.
지금은 그 시간이 짧아지는 느낌은 있어요.
무슨 말을 했는지 계속 되감기하던 상태에서 조금 빠져나오는 시간이 생긴 거죠.

최 씨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라고 했다.
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하고, 관계가 조금만 애매해져도 쉽게 마음이 쓰인다.
그런데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,
그 불편함을 예전만큼 오래 끌고 가지는 않게 됐다는 것이다.
“예전에는 친구들 만나고 나면
그날을 혼자 다시 사는 기분이었어요.
근데 지금은 사운드필 덕분에 적어도 그 시간이 조금 짧아진 것 같아요.”
그는 막상 완전히 혼자가 되는 건 외롭다.
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늘 조금 과하게 애를 쓰는 쪽에 가까웠다.
사운드필은 그에게 잔뜩 예민해진 마음을 잠깐 내려놓는 시간에 가까웠다.
누군가는 친구를 만나면 에너지를 얻고,
누군가는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뒤 오히려 더 지친다.
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인데도 말투 하나, 반응 하나, 대화의 온도까지
오래 마음에 남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.
괜찮았던 만남도 집에 돌아오면 괜히 다시 떠오르고,
별일 없던 장면도 혼자 생각하면 유독 신경 쓰이던 날.
그럴 때 필요한 건 정답 같은 조언보다 한 번쯤 바깥이 아닌,
나 자신으로 감각을 돌릴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일지도 모른다.
사운드필과 함께,
관계 속에서 지친 하루 끝을 조금 더 편안하게 정리해보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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